AI에 200달러를 태우고 백엔드 개발자가 됐다
오늘은 3월 14일이다.
정확히 1년 전, 나는 개발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2025년 3월 14일에. 화이트데이에 사탕 대신 키보드를 집어들었다고 하면 좀 낭만적으로 들리겠지만, 사실 그냥 망한 거다.
나는 원래 사업가가 되려고 했다

2025년 초. 나는 시니어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다.
“개발도 할 줄 아는 사업가.” 그게 내 목표였다. AI만 있으면 개발은 AI가 다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코드 한 줄 제대로 못 짜면서 “나는 기획자이고, 실행은 AI가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었다.
그 생각이 얼마나 순진했는지는 금방 알아버렸다.
AI는 내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말할 수 있을 때 답을 준다. 근데 나는 뭘 원하는지도 몰랐다. “시니어를 위한 앱 만들어줘”라고 하면 AI가 다 만들어줄 줄 알았다. 당연히 아무것도 안 됐다. 기술을 모르니 AI한테 제대로 된 질문도 못 했고, 뭔가 나왔어도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조차 할 수 없었다.
사업은 조용히 망했다.
그때 선택지가 두 개였다. 사업가의 꿈을 계속 붙잡고 있거나, 일단 개발을 제대로 배우거나. 나는 후자를 골랐다. 그리고 2025년 3월 14일, UP 동아리에 들어갔다.
6개월의 기록

동아리에서 처음 만든 건 ‘오메추’라는 프론트엔드 프로젝트였다. 오늘 뭐 먹지를 추천해주는 서비스였는데, 처음으로 내가 만든 게 화면에 떠오를 때의 그 기분은 아직도 기억한다.
그다음엔 스프링부트를 배웠다. 백엔드가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Java 21, 스프링부트 3, 그 위에 올라가는 것들.
근데 솔직히 말하면, 이 기간 내내 머릿속에는 “언젠가 창업”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취업을 하겠다는 생각보다 “개발을 배워서 나중에 내 것을 만들겠다”는 게 더 컸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나를 조금 더 빠르게 성장시키지 않았나 싶다. 취업을 위해 스펙을 쌓는 게 아니라, 진짜로 뭔가를 만들고 싶어서 배웠으니까.
9월, 아무것도 모르고 취업 시장에 뛰어들다

2025년 9월. 나는 취업 시장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아무것도 몰랐다.
지금 돌아보면 부끄럽지만, 그때 나는 **“왜 이 회사가 나를 뽑아야 하는가”**를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냅다 30개 회사에 지원서를 던졌다. 이력서에 뭘 적어야 할지도 몰랐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도 없었다.
나를 뽑으면 회사에 어떤 이득이 있는지. 내가 무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인지. 그 고민은 하지도 않고, 그냥 “열심히 하겠습니다”만 있었던 거다.
결과는 당연히 없었다.
그룹바이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변화는 그룹바이라는 스타트업 채용 플랫폼의 직무박람회에서 시작됐다.
거기서 내 프로필을 제대로 꾸며놨다. 내가 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어떤 걸 만들었는지. 그랬더니 그때부터 스타트업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의기양양했다. ‘나를 원하는구나.’ 기세등등하게 면접을 보러 갔다.

근데 떨어졌다. 또 갔다. 또 떨어졌다. 이해가 안 됐다. ‘오라고 해서 갔는데 왜 떨어뜨리지?’
지금은 안다. 면접은 “네가 대단한가”를 보는 게 아니었다. “이 사람이 우리 팀에 맞는가”를 보는 거였다. 나보다 뛰어난 사람도 있었겠지만, 내 성격과 방식이 맞는 곳을 찾는 과정이기도 했다. 떨어지는 게 꼭 내가 부족해서만은 아니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다.
AI를 미친놈처럼 쓴다는 것의 진짜 의미

내가 취업할 수 있었던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이걸 말한다.
AI를 사랑했다.
주변에서 뭐라고 했다. “AI 맹신한다”, “그게 다 AI가 해준 거 아니야?” 조롱 섞인 말도 들었다. 그래도 썼다.
처음엔 ChatGPT 한 달 결제였다. 그다음엔 Cursor — 다행히 학생 지원을 해줬다. 이후엔 학생으로 받을 수 있는 AI 혜택이란 혜택은 닥치는 대로 신청했다. 그리고 7월쯤부터는 Claude Code $200 요금제를 결제했다.
벌이도 없는 학생이 매달 30만 원을 AI에 쏟아부은 거다. 6개월이면 180만 원이 된다.
근데 이걸 이렇게 생각했다.
취업 컨설팅 다니면 그 돈이 어디 가냐. 강의 듣는다고 그게 내 것이 되냐. 나는 차라리 AI를 극한으로 써보는 데 그 돈을 쓰는 게 낫다고 봤다. 그리고 200달러를 결제하는 순간, 그게 아까워서라도 제대로 써야 했다.
매달 30만 원 가까운 돈을 쓰는데 허투루 쓸 수가 없었다. 유튜브 찾아보고, 링크드인 글 읽고, 어떻게 하면 Claude를 더 잘 굴릴 수 있는지 연구했다. 그 습관이 몇 달 쌓이니까 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팀 리드를 하면서 코드리뷰 문화를 만들었더니 팀 리뷰 수가 400% 올랐다. 장애 복구 시간은 56시간에서 5시간으로 줄었다. 개발 속도는 체감상 7배 빨라졌다. 이게 그냥 AI 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AI를 어떻게 쓰는지 계속 연구한 결과다.
“그러면 AI만 쓰다 보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 없어지는 거 아니야?”라는 말도 들었다. 근데 나는 오히려 반대였다. AI가 코드를 생성해주면, 나는 그 코드가 왜 이렇게 작동하는지, 어디서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데 더 집중하게 됐다. AI가 초안을 써주니까 나는 비즈니스 로직과 아키텍처를 더 많이 고민할 수 있었다. 그게 내가 성장한 방식이다.
지금 회사가 원하는 사람이 뭔지 알아야 한다
가만 생각해봐라.
AI 시대에 회사는 왜 개발자를 뽑을까? 단순히 코드를 짜는 사람? 그건 이미 AI가 더 잘한다. 그러면 남는 게 뭐냐. AI를 써서 실제 문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요즘 채용 공고 보면 다 그 얘기다. AI 잘 활용하는 사람 원한다고. AI 못 쓰는 사람은 관심도 안 간다. 세상이 그렇게 바뀌었다.
나는 그 흐름을 타고 합정에 있는 퍼플페퍼라는 플레이스 광고 대행사에 개발자로 합류했다. 작은 스타트업이다. 근데 나는 아주 만족스럽다. 내가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이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든다.
취업 준비 중인 사람에게
만약 지금 취준 중이라면, 나는 딱 하나만 말하고 싶다.
지금 당장 Claude Code 20달러를 결제해라.
100달러 맥스 요금제 말고, 20달러짜리부터. 쓰다 보면 5시간 한도에 부딪힌다. 그게 답답해지면 100달러 결제하게 된다. 100달러 쓰다 보면 그것도 부족해서 200달러가 된다.
그렇게 6개월을 보내면, 그 사람은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이 돼 있을 거다. 왜냐면 그 돈이 아까워서라도 진짜로 연구하게 되거든. “어떻게 하면 이걸 더 잘 쓸 수 있을까”를 매일 고민하게 된다. 그 고민이 쌓이는 거다.
나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왜 이 회사가 나를 뽑아야 해?”라는 질문을 늦게 시작했다. 그 질문을 일찍 시작했다면 더 빨리 됐을 거다. 근데 AI를 극한으로 쓰려고 발버둥 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내가 이걸로 뭘 만들 수 있지? 이게 회사에 어떤 가치가 있지?”를 생각하게 됐다. AI가 나를 비즈니스적으로 사고하게 만들어준 거다.
전기가 끊기면 AI도 없다는 말, 맞다. 그건 그때 가서 걱정하면 된다. 지금 당장 살아남는 게 먼저다.

오늘로 딱 1년이다. 사업 실패, 동아리 입문, 30개 난사, 연속 탈락, 그리고 합격.
돌아보면 매 순간이 다 연결돼 있다. 사업 실패가 없었으면 개발을 안 배웠을 거고, AI에 돈을 안 썼으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거다.
3월 14일. 1년 전 오늘, 나는 개발자가 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개발자다.
20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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